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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0

기체와 액체를 안정시키는 '플라즈마 총알'이 있다?

KFE   
https://fusionnow.kfe.re.kr/post/plasma/1312

슬기로운 플라즈마 생활 안내자 ‘박상후 선임연구원’


출처 = 카이스트


 

잔에든 음료를 빨대로 마시다 음료 표면에 바람을 불어본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빨대를 통과한 기체에 액체 표면이 파이고, 더 세게 바람을 불면 거품이 일고 물방울이 튀어 오르며 액체 표면의 형태가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처럼 무심한 행동에서도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바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에너지와 공기의 흐름이 야기하는 유체역학적 불안정성입니다. 와인잔 속 와인이 흘러내리며 남긴 눈물자국 같은 흔적을 비롯해 바닷물이 빠지며 갯벌에 남겨지는 물결무늬 역시 생활 속 불안정성의 증거입니다. 달리는 자동차의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노력부터, 풍력발전기 날개 표면의 유체 분리 완화, 초고층 건물의 풍진동 감소를 위한 연구 등 유체 불안정성 제어는 산업 현장의 화두입니다.


최근 플라즈마 제트를 이용하면 액체와 기체 사이의 안정성을 한층 더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돼 학계와 산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논문의 제1 저자는 플라즈마기술연구소 플라즈마바이오2팀에 소속된 박상후 연구원입니다. 플라즈마가 과학과 산업 적재적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성질과 원리를 규명하는 박상후 연구원을 만났습니다.


대기압 플라즈마의 불안정성 조절이 첨단 산업의 성공열쇠 


“대기압 플라즈마는 에너지·환경에서 반도체 공정이나 생의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 응용 가능할 뿐 아니라 가속기, 핵융합 플라즈마 등 거대 과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핵융합 플라즈마 연구자들이 토카막 속 플라즈마의 불안정성을 제어해 장시간 운전에 도전하듯 대기압 플라즈마 연구자들은 기체, 액체 등과 반응할 때 나타나는 불안정성을 어떻게 조절하고 이용할지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박상후 연구원은 2019년 핵융합연에 입사하여 대기압(상압) 플라즈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에 도전해 온 신진연구자입니다. 그는 플라즈마 특성 진단 연구를 토대로 플라즈마 제어와 안정화 방법을 찾아 산업에 활용되는 플라즈마의 성능과 신뢰도 향상을 이끌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며 플라즈마와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10년! 플라즈마 전기풍을 비롯해 플라즈마와 액체, 플라즈마와 고체 사이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며 쌓아온 경험과 지식은 이번 연구의 밑바탕이 되었죠.


플라즈마 제트 원리 규명해 유체 제어 발전에 기여 


서두에 소개한 유체 불안정성은 과학과 산업 전반의 오랜 숙제입니다. 하지만 기체와 액체 표면의 경계면에서 유체역학적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현상과 이를 안정화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활용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박상후 연구원은 이온화시킨 플라즈마가 기체와 액체 사이 경계면의 유체역학적 안정성을 증가시키는 현상을 발견하고, 실험을 통해 그 원리를 규명하여 경제적이고 산업적 활용이 가능한 플라즈마 유체 제어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헬륨 기체 제트를 고전압으로 이온화시켜 얻은 플라즈마는 1초당 수 미터 속력의 전기풍이 발생해 물 표면에 가해지는 힘이 증가하기 때문에 물 표면이 더 깊이 파입니다. 이는 일반적으로는 경계면이 불안정해지는 조건임에도 기체와 액체 사이의 경계면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발견하고 실험을 통해 그 원인을 찾고자 했습니다.”


박상후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플라즈마 제트에서는 ‘플라즈마 총알’로 불리는 고속의 이온화 파동과 전기바람이 발생하는데,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하면 물 표면의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플라즈마 총알이 물 표면에 수평 방향으로 강한 전기장을 일으키고, 이것이 물 표면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 것이죠.


플라즈마 제트는 플라즈마를 발생하는 장치의 한 종류인데요. 다른 플라즈마 발생원보다 화학반응성이 높고 운전조건도 쉽게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공 설비가 필요 없는 단순한 작동 여건 덕택에 상압플라즈마를 보다 효율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발생원입니다. 구동 조건에 따라 다양한 방전 모드가 존재하며, 이에 따라 발생된 플라즈마의 광학적 및 전기적 특성도 매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도 새로운 현상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플라즈마 제트의 특수성과 효용성에 주목한 연구자들은 2000년대부터 플라즈마를 적용한 식품분야, 수처리, 바이오·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일 <네이처>에 ‘가스젯의 이온화를 통한 액체 불안정성의 안정화(Stabilization of liquid instabilities with ionized gas jet)’라는 제목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학계에서는 “자연에 존재하는 약하게 이온화된 기체와 액체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과학적 이해를 넓히고, 플라즈마 제트를 활용하는 기초과학․응용 분야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2019년 시작한 연구가 결실을 맺고 좋은 평가를 받은 소감을 물었습니다. 다부진 표정으로 “학계에서도 액체와 기체 사이의 불안정성에 관심이 많은 시기라 연구결과에 관심을 보여주신 것 같다”고 말하는 박상후 연구원의 모습에서 겸손함과 함께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최원호 교수(교신저자)와 전북대 문세연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완성되었는데요. 박상후 연구원은 “플라즈마 실험은 특히 분석방법과 해석방법이 정확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분석과 해석 여지가 너무 다양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경험 있는 연구자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주 연구무대인 '플라즈마 종합진단 실험실'에서 포즈를 취한 박상후 박사



플라즈마 연구의 종착지는 산업화, 마라토너처럼 끝까지 달리는 연구자 


“요리에 다양한 레시피가 있듯이 플라즈마 장치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운전하느냐에 따라 플라즈마가 갖는 특성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때문에 여러 분야에 응용 가능성이 높은 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까다롭고 민감하다고 생각하죠. 플라즈마를 사람들이 손쉽게 활용하고 자신의 분야에 응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플라즈마 해설자가 되고 싶어요.”


박상후 연구원의 주 연구무대는 ‘플라즈마종합진단실험실’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다양한 레이저를 활용한 플라즈마 진단 시스템과 시간분해능이 높은 고성능 카메라를 이용하여 플라즈마 제트와 전기풍과 관련한 새로운 현상의 발견과 다양한 물리적 이해를 시도하고 있어요. 그가 몸담고 있는 플라즈마바이오2팀은 식물연구와 세포실험에 플라즈마 제트를 주로 활용하는데요. 플라즈마가 액체와 만났을 때 성질이 어떻게 바뀌는 지 계면의 다양한 반응을 연구하며, 기존에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핵융합연은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며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실험하여 가장 좋은 결과를 데이터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또한 기초연구 단계에서도 실제 플라즈마 산업화를 위한 핵심기술은 무엇이고 그것을 개발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죠.”


그가 연구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산업화입니다. 기초연구자도 연구기획부터 완료까지 최종 목표는 산업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2016년 박사학위를 마친 후 기업연구소에서 1년 남짓 근무한 시간은 과학자의 호기심을 넘어 실제 활용 가능한 연구의 중요성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데요. 기초연구의 산업화라는 큰 그림을 갖고 실천하는 연구소의 비전이 그에게 더 큰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미 플라즈마는 우리 생활과 산업현장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분야, 물질 및 재료분야, 환경 및 우주분야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그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요. 기초연구에서 산업화까지 고민하는 열정 가득한 박상후 연구원의 도전이 플라즈마가 생활과 산업 적재적소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여러분도 함께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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