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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5

꺼지지 않는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향한 도전

KFE   
https://fusionnow.kfe.re.kr/post/nuclear-fusion/1395

‘가열 및 전류구동장치’의 안정성과 효율성 강화

한국형 실증로 시대를 준비하는 ‘핵심기술’ 도장깨기 3편




‘133킬로암페어(kA), 플라즈마 지속시간 0.249초’ 2008년 6월 첫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한 KSTAR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2021년 12월, KSTAR는 이온온도 1억도 플라즈마 30초 연속운전에 성공하며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향한 일보전진을 알렸습니다. 


KSTAR를 꾸미는 수식어가 더해진 만큼 지난 13년간 외형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요. 장치 한 가지, 한 가지가 추가되며 업그레이드 될수록 KSTAR가 더 오래, 더 뜨겁게 플라즈마의 불을 밝히는 성과도 추가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열 및 전류구동 장치의 업그레이드는 KSTAR 성과를 이끈 일등공신인데요. 도장깨기 2편의 주인공이었던 초전도자석이 플라즈마 전류의 전원을 켜는 스위치라면 가열 및 전류구동장치는 고성능과 장시간 운전을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핵융합 실증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한 차원 더 높은 도전을 준비하는 ‘가열 및 전류구동장치’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2008년 KSTAR 완공 당시 모습(왼)과 현재의 모습 비교(오)


 

핵심기술 도장깨기 1편 바로가기 

☞세계는 지금, 핵융합 실험에서 실증으로

https://blog.naver.com/nfripr/222763253355


핵심기술 도장깨기 2편 바로가기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

https://blog.naver.com/nfripr/222802430316


 

초고온 장시간 플라즈마 운전의 기본 요소 ‘가열과 전류구동’ 


핵융합에너지 연구에 가열 및 전류구동 장치는 왜 중요할까요? 그 이유는 플라즈마의 온도와 압력을 결정하는 일차적 요소로, 핵융합 플라즈마 성능향상과 안정적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핵융합 장치에서 가열 및 전류구동장치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① 핵융합 반응을 위한 토카막 내부의 플라즈마 온도상승 ② 플라즈마의 평형조건에 요구되는 플라즈마 전류를 지속적으로 유지 ③ 국지적 전류 구동을 통한 플라즈마 안정성 제어입니다. 각각의 기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자연의 태양은 고온과 고압의 환경으로 인해 쉼 없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태양계 구석구석 생명의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반면 태양과 환경이 다른 지구에서는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를 밀어내듯 같은 +극을 띈 수소 원자핵이 서로 결합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대신 아주 강한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가해 서로 충돌하게 해야 하는데, 원자핵들이 지닌 반발력 이상의 에너지를 가하는 것을 물리학적 현상으로 표현하면 바로 ‘가열’입니다. 


초전도 자석의 강력한 자기장이 플라즈마를 가두어 놓을지라도 가열이 없다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죠. 원자핵들이 에너지를 갖고 활발하게 움직이게 될수록 핵융합 반응 확률은 늘어나는데 플라즈마 온도가 1억도 이상일 때 가장 활발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한국의 인공태양 KSTAR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토카막 장치는 1억도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가열장치를 활용하는데요. 크게 중성입자빔(NBI) 가열과 전자공명가열장치(ECH)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NBI(Neutral Beam Injection)는 외부에서 가속한 강력한 고에너지 입자를 플라즈마 속으로 직접 주입하는 장치입니다. 반면 ECH(Electron Cyclotron Heating)는 전자레인지의 원리와 비슷한데요. 전자기파 형태로 플라즈마에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ECH를 통해 전달된 전기장의 파동이 클수록 플라즈마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온도가 올라가죠.

 

KSTAR 장치에 설치되어 있는 NBI와 ECH 가열장치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의 비밀, 전류구동


또 한 가지 가열의 중요한 기능은 전류구동입니다. 전류구동은 KSTAR처럼 도넛 모양의 핵융합 장치인 토카막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한가지이기도 한데요. 가열이 플라즈마에 에너지를 전달하여 플라즈마가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전류구동은 플라즈마 입자가 극성에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방향을 부여합니다. 


플라즈마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면 마치 전선에 전류가 흐르며 자기장을 형성하듯 플라즈마 움직임 자체가 전류의 흐름이 되어 자기장을 발생시켜 플라즈마를 더욱 안정적으로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토카막 내에서 플라즈마가 만들어질지라도 플라즈마가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지 않는다면 장시간 플라즈마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모든 가열 장치들은 가열과 전류구동 기능을 수행하지만 각각의 가열장치의 특성에 따라 강점이 나누어지기도 합니다. 현재 KSTAR의 주력 가열장치인 NBI와 ECH의 경우 가열 성능은 뛰어나지만 전류구동 기능을 자유자재로 제어하긴 어렵습니다. 따라서 KSTAR에서는 헬리콘 전류구동이라는 새로운 가열방식을 적용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가열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전류구동의 효과가 높아 NBI나 ECH가 지닌 약점을 보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열장치는 플라즈마의 안정성 제어에도 활용되는데요. 예를 들어 ECH의 경우 다양한 대역의 초고주파로 특정 부분을 가열하고, 플라즈마 중심부의 불순물을 선택적으로 제거합니다.


태양보다 더 뜨거운 1억℃, 어떻게 만들까? ☞

https://fusionnow.kfe.re.kr/post/nuclear-fusion/651


태양의 중심온도는 1천 500만도.지구의 인공태양은 플라즈마를 1억도로 가열하고 가두어야 한다.


실증로 시대를 준비하는 가열 및 전류구동장치의 미션


KSTAR의 연속운전 목표는 300초이지만, 실증로는 1년 이상 멈추지 않고 운전해야 합니다. 운전을 중단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안정성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기술적 요건들이 모두 만족된다고 하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지면 사회적 선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KSTAR의 NBI와 ECH의 출력은 10MW 수준이지만, 핵융합 실증로는 100MW급 가열 및 전류구동장치가 요구됩니다. 현재 상용 원전 한 기당 500~1500MW 규모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험과 실증에 얼마나 많은 전력이 사용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증로의 경제성을 높이려면 가열 및 전류구동장치의 효율을 높여 요구되는 출력을 낮추는 것이 필수입니다.


핵융합 실증로용 가열 및 전류구동장치의 도전 미션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가열장치들의 장점은 확대하고 단점은 줄이자’입니다.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향후 실증로에서는 단 한 종류의 가열장치만 필요하게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가장 최고의 가열 효과와 효율을 줄다리기하는 도전이 필요한 때입니다. 


NBI와 ECH는 장치의 특성이 다른 만큼 도전 미션도 차이가 있습니다. NBI는 가열 성능이 매우 뛰어나지만 실증로의 외벽을 뚫고 빔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빔의 크기를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빔이 클수록 실증로에 뚫리는 구멍 크기가 커져 에너지 생산 효율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ECH는 NBI와 달리 국소 가열에 매우 효율적인 장치인데 향후 실증로의 고자장과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높은 주파수를 제공해야 합니다. 플라즈마 특성이 바뀌면 고주파는 성능도 바뀌는데요. 토카막 내 플라즈마의 밀도분포가 달라지면, 고주파가 엉뚱한 방향으로 회절돼 장치 고장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플라즈마와의 상호작용을 비롯해 고주파가 플라즈마 안으로 잘 전달되도록 제어하는 방법들도 연구해야 합니다. 


이 외에 앞서 이야기했던 헬리콘 전류구동 장치의 기술 확보도 필요합니다. 고주파를 활용하는 헬리콘은 ECH와 달리 고밀도 상태에서도 플라즈마 안으로 깊숙이 더 잘 파고들며, 전류구동을 잘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증로로 갈수록 온도와 밀도가 같이 높아지기 때문에 실증로 운전을 위해서 헬리콘 전류구동 기술의 확보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KSTAR는 가열및구동장치의 용량을 단계적으로 추가 확보(> 20 MW)하고, 고성능 플라즈마의 장시간(300초 이상) 열속 부하를 제어하기 위해 텅스텐 내벽 업그레이드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현재의 KSTAR 장치 내부 모습. 텅스텐 내벽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2038년까지 가열 및 전류구동 시스템 최적화 기술 개발


“가장 중요한 마일스톤은 2030년 초까지 실증로에서 어떤 가열장치를 쓸 것인지를 기술적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과학에서 명확한 근거가 있는 건 이미 다 밝혀진 것밖에 없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해야 하며, 늦어서도 안 됩니다.”


실증로 기술을 준비하는 전류구동연구팀 왕선정 박사의 표정은 단호했습니다. 마일스톤을 준수하려면 바로 지금부터 실증로와 유사한 조건에서의 실험을 통한 실증 준비가 시작돼야합니다, 그래야 2030년대 후반에 실제 가열 및 구동장치 제작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몇 년 뒤 완공 예정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KSTAR보다 더 크고 뜨거운 플라즈마를 실험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인데요. 좀 더 실증로와 비슷한 수준의 장치에서 가열 및 전류구동 연구가 진행된다면 현재 계획에 대한 확신 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하여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ITER는 실증로로 가는 중간 단계로써 다양한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기회가 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핵융합연은 2025년부터 2038년까지는 NBI, ECH와 이를 보완할 헬리콘 연구를 병렬적으로 수행하며 가열 및 전류구동 시스템 최적화 기술 개발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NBI 및 고주파 가열 시험시설의 단계별 고도화도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연구를 함께 해나갈 연구인력 확보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증로의 열원을 어떻게 조합할지가 최종 결정되면 203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해당 장치의 최종 설계와 제작에 돌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우리보다 앞선 장치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국가의 지원과 연구진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이루었고 선두의 자리에 서게 되었는데요. 이제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 정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힘들지만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도전할 것입니다.”라며 동료들을 대표하여 왕선정 박사는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핵융합에너지를 생산할 만큼 뜨겁고 거대한 플라즈마를 구현할 가열 및 전류구동장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KSTAR를 통해 세계 최고 성능의 가열 및 전류구동장치를 운용해온 데 만족하지 않고, 한정된 자원과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ITER 장치의 토카막 피트 모습. 지구 상 가장 뜨거운 인공태양이 만들어질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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