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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1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

KFE   
https://fusionnow.kfe.re.kr/post/nuclear-fusion/1389

실증로용 고자장 초전도 자석의 개발

한국형 실증로 시대 준비하는 ‘핵심기술’ 도장깨기 2편


한국의 인공태양 ‘KSTAR’는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의 약자로 핵융합 연구를 위해 한국에서 만든 초전도 토카막이라는 뜻입니다. Superconducting, 즉 초전도자석이 KSTAR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KSTAR와 같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들, 그리고 7개국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로 이어지기까지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핵융합 장치의 개발은 핵융합 연구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핵융합로 안에 가두고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초전도자석은 일반 전자석과 달리 극저온 상태에서 저항이 사라져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고자기장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전도자석은 KSTAR와 ITER 등 핵융합 장치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지만, 핵융합 반응을 통해 실제 전기생산을 실증하게 될 핵융합실증로 개발을 위해서는 초전도자석 분야에서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과연 초전도자석 분야에서는 어떤 숙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세계는 지금, 핵융합 실험에서 실증으로 

한국형 실증로 시대 준비하는 ‘핵심기술’ 도장깨기 1편

https://blog.naver.com/nfripr/222763253355



플라즈마를 켜고, 가두고, 제어하는 세 개의 촘촘한 그물망


초전도자석 개발 이야기에 앞서 잠시 초전도자석의 특징을 살펴볼까요? 초등학교 과학 시간, 나침반 위에 전선을 올려놓고 전류를 흘리면 바늘이 흔들리던 모습을 관찰한 경험 있으신가요? 같은 이치로 전선 근처에 자석을 두면 전선이 밀리는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플라즈마는 전선 없이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전류와 같습니다. 토카막 속 초전도자석에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형성되어 플라즈마를 가두고 조절하는 힘이 생깁니다.


초전도는 영하 –268℃의 극저온 상태에서 도체의 전기저항과 내부 자속밀도가 0이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일반자석에 플라즈마를 가둘 만큼 강력한 전류를 흘려주면 ‘저항’ 때문에 열이 발생하여 자석이 망가질 수 있지만 초전도자석은 전력 손실이 거의 없어 효과적으로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습니다.


토카막에는 한 종류의 초전도자석만 사용되는 게 아닙니다. 각기 다른 모양과 특성의 자석이 결합해 강력하고 촘촘한 자기장 망을 형성하는데요. 먼저 알파벳 D자형의 토로이달 자석(Toroidal Field, TF)은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를 촘촘히 감싸 자기장으로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둡니다. 도넛 모양의 중심인 구멍 부분에도 솔레노이드 자석(Central Solenoid, CS)이라 불리는 자석이 기둥 모양으로 들어가는데 이 자석은 마치 형광등을 켤 때 스타트 전구가 먼저 고전압을 일으켜 본 형광등을 점등하는 것처럼, 핵융합로에 플라즈마를 처음에 발생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플라즈마의 위치 및 형상을 제어하는 폴로이달 자석(Poloidal Field, PF)은 플라즈마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플라즈마 발생 시나리오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자기장의 힘은 핵융합을 실현하는 바탕이 됩니다.


핵융합로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자석 구성



KSTAR와 ITER를 넘는 고자장 초전도자석 개발 도전


자기장을 이용하여 도넛 모양의 공간에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인 토카막에서 생성 가능한 핵융합에너지는 통상 자기장의 4승에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핵융합에너지의 경제성을 확인할 한국형 핵융합 실증로(K-DEMO)는 현재 7.2T급인 KSTAR 초전도자석의 약 두 배가 넘는 고자장의 초전도자석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KSTAR를 건설하고 ITER 조달에 참여하며 초전도자석 분야의 경쟁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 정도의 고자장 자석 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설에서도 주택과 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 요구되는 자원과 엔지니어링이 다르듯 설계부터, 선재와 도체 개발 등 전 분야의 기술개발과 공정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즉, 실증로용 초전도자석 개발은 초고층 빌딩 건설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지요.


이에 우리나라는 한국형 핵융합실증로(K-DEMO) 개발을 위한 8대 핵심기술 중장기 계획을 통해 초전도자석 개발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초전도 도체 성능실험시설을 구축해 개발과정에서의 난제를 풀어 간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핵융합로 건설비 전체에서 초전도자석 제작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어도 30%, 혹은 그 이상이기에 기술 확보를 통한 초전도자석의 제작 효율화는 핵융합에너지의 경제성 확보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Nb3Sn 초전도 선재 중간재 및 최종 선재


K-DEMO는 2040년대 건설을 목표로 하는 만큼, 초전도자석 개발은 그 이전에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초전도자석이 먼저 전체의 틀을 갖춘 후에 다른 장치들이 조립되어 나아가는 순서로 제작되기 때문인데요. 핵융합로의 초전도자석은 합금을 이용하여 대략 1mm의 초전도선재를 만든 뒤 선재를 다발 형태인 도체로 제작하여 핵융합로에 맞는 거대한 자석 형태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제작됩니다.


K-DEMO용 초전도 선재는 ITER 선재의 2배 성능 구현을 위해 장선화를 추진하되 비용 저감을 위하여 교류와 직류 양립이 가능한 선재 개발에 도전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구리선과 다를게 없는 1mm 두께의 선재지만 그 안에는 수천 가닥의 Nb3SN 초전도 필라멘트가 꼬여서 제작됩니다.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초전도 필라멘트가 끊어지지 않게 만들 수 있도록 2035년까지 국내 산업체와 협력하여 고임계전류용 Nb3SN 초전도 선재를 개발하고, 선재의 특성을 평가하는 분석기술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보통의 초전도자석은 완성된 초전도 선재를 감아서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핵융합로용 거대 초전도자석은 그렇게 만들 수 없습니다. 조그만 개미의 다리로 코끼리의 무게를 견딜 수 없듯이 코끼리 무게를 견딜 만큼 다리도 튼튼하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거대 초전도자석을 만들 때에는 초전도 선재를 다발로 만들어 초전도 도체를 먼저 만든 뒤 자석을 만들어야 합니다. 같은 선재라도 어떻게 꼬아서 어떻게 다발을 만드는지, 어떤 재료로 감싸는지에 따라 성능이 달라집니다. 일례로 ITER는 둥근 형태의 다발을 스테인리스 보강제로 감싸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KSTAR 보다 선재에 가해지는 힘이 매우 커서 선재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이를 보완하는 다양한 방법이 강구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ITER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개선된 도체 다발을 만드는 방법 등을 확보하고 이를 시험하기 위한 검증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핵융합로용 초전도자석이 거대 자석인 것은 단순히 크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초전도자석 안에는 자기장의 형태로 거대한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지진과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고 상상해 봅시다. 지진의 충격으로 핵융합로 내부의 초전도자석 일부가 초전도 상태가 깨지는 상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럼 이 부분에는 열이 발생하게 되고 이 열로 인해 다시 주변의 초전도 상태가 깨지는 문제가 확산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순간적으로 초전도자석에 저장된 에너지가 전부 방출되게 되는데요. 이 현상을 ‘퀜치’라고 부릅니다. 이 충격파는 10만 톤급 대형항공모함이 시속 100km로 운항하다 충돌하는 충격과 맞먹는다니 상상 이상의 파괴력이지요. 하지만 자동차 사고 시에도 안전벨트가 사람을 보호해 주듯 퀜치가 발생할 때 장치도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제어하는 기술도 초전도자석 연구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초전도토카막 장치인 JT-60SA를 건설하고 시범 운전시 초전도자석에 전류를 공급하는 전류 리드 부분에 작은 이상이 발생해 1년간 운영을 중단하고 원인 규명과 보완 작업에 매달렸던 적이 있는데요. 이처럼 초전도자석 개발은 예상치 못한 부분까지 살피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왼쪽부터  KSTAR 초전도선재 확대 모습, 초전도 도체, 완성된 초전도자석



초전도도체 성능평가 연구시설 구축으로 핵융합 초전도자석 기술 메카 실현


실증로 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8대 핵심기술을 비롯한 요소기술들이 실증로 환경에 적합함을 인정받아야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초전도자석 개발 시 예상되는 난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2022년 실증로용 초전도 도체의 성능 테스트가 가능한 ‘초전도도체 시험설비 구축사업’에 착수합니다.


스위스에 자리한 12T급 초전도도체 시험시설 술탄(SULTAN)이 ITER 개발과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평가하고 검증하는 중심지로 활약했듯, 실증로 시대를 준비하는 대형 초전도체 시험설비 구축을 통해 세계 핵융합 기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한다는 비전입니다.


실증로용 고자장 초전도도체 시험시설(가칭 SUCCEX)은 자석설계 검증, 100kA급의 전류공급용 초전도 변압기, 제반 제작기술 등 국제협력 추진, 초전도 학계 및 산업계와의 협력으로 핵융합 분야뿐 아니라 의료용 MRI 및 NMR, 입자가속기, 전자공학 등 다른 산업에도 활용될 수 있는 시설로 개발될 전망입니다. 시설 구축에 어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EU 등 해외와 협력을 추진하고 범용성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네이처가 본 핵융합의 현재와 미래

https://blog.naver.com/nfripr/222642077493



기술로 만드는 에너지, 핵융합 시대가 열린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으로 간다면 화성에서는 어떤 에너지를 사용할까요? 구글에서 인류 500세 초장수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미래의 인류가 사용할 에너지는 무엇일까요? 인간이 500살을 살 수 있을지 혹은 화성에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장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 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소행성 충돌 등등 변수에 대비하려면 ….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존의 에너지로는 새로운 시대를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K-DEMO의 초전도자석 세계를 안내한 오상준 박사는 지난해 네이처의 기사를 인용하며 어쩌면 지금이 핵융합 분야의 스페이스 엑스 모멘트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가 인류의 우주개발의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처럼 핵융합 연구도 곧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기대인데요. 세상은 새로운 비전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상상하지 못한 미래가 갑자기 열리곤 하기 때문이지요.


“핵융합은 이미 많은 부분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알려지지 더 분야가 더 많습니다. 예상되는 어려움은 알려진 어려움입니다. 해결방안도 그 범주에 있고요. 하지만 우리의 예상 밖 문제들이 늘 잠복해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고자장 초전도자석 기술 개발을 통해 핵융합 실증 시대를 준비하는 핵융합연 연구진들의 묵묵한 도전이 핵융합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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