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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2

유럽의 대표 핵융합연구장치 'JET'에서 발견한 새로운 전환점

커뮤니케이션팀   
https://fusionnow.kfe.re.kr/post/nuclear-fusion/1215

 핵융합 연구의 전환점이 된 순간②


150년 전 최초의 전기가 지구의 밤하늘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인류는 이제 새로운 에너지로 밤하늘을 밝히는 도전에 나섰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태양입니다. 스스로 빛나는 태양처럼 ‘인공태양’을 만들어 지구의 밤하늘과 미래를 밝히겠다는 것인데요. 이처럼 지구에서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한 야심 차고도 거대한 도전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플라즈마보다 더 뜨겁게 타올랐던 핵융합 연구의 뒷이야기, 핵융합 연구의 전환점이 된 역사적 순간을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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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회에서 살펴본 것처럼 1968년 옛 소련이 핵융합장치 T-3를 통해 플라즈마 온도를 종전의 10배에 달하는 1,000만℃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핵융합 연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는데요. 이후 T3와 같은 핵융합장치 ‘토카막’을 이용한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세계 핵융합 연구진을 깜짝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영국에서 날아온 소식이었는데요. 1991년 11월, 토카막 핵융합장치에서 중수소(D)와 삼중수소(T) 혼합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출력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전 세계 핵융합 연구진의 이목을 집중시킨 장치는 바로 JET(Joint European Torus)였습니다.

 


유럽 공동핵융합실험장치인 JET 내부. <사진 출처=EUROfusion>

 

 

|1997년 16MW 세계 최고출력 기록 달성

 

영국 옥스퍼드 컬햄(Culham)에 있는 유럽 공동핵융합실험장치인 JET는 1983년 6월 첫 플라즈마 발생을 시작했는데요. JET는 1991년 당시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비율을 9대1로 섞은 혼합연료로 핵융합 실험에 나서 약 1.5~2MW의 핵융합에너지를 방출했습니다. 이어 1997년 16MW의 에너지를 출력하면서 세계 최고의 출력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옛 소련의 T-3가 “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게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가능하다”는 답을 제시했다면, JET는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게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가능할 수도 있다”라는 답을 제시한 최초의 핵융합 장치인 셈이죠.

 

 

|중대형 토카막 핵융합장치들의 탄생 가운데 등장한 JET


“1,000만℃를 넘었다고?” 믿을 수 없었던 핵융합 연구의 역사적 순간!
(핵융합 연구의 전환점이 된 순간 ①)
https://blog.naver.com/nfripr/222113680794

 

이러한 JET의 연구성과는 1960년대 말부터 독자적으로, 비밀리에 진행되던 핵융합 연구가 ‘기술적 한계’로 인해 정보 공유와 협력 연구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 정보가 공개되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보다 더 규모가 큰 대형의 실용 핵융합로 개발을 위해 기초연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거죠. 이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핵융합 장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며 중대형 토카막 핵융합장치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정치적·경제적 대형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핵융합에너지에 개발에 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고조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이슈 가운데 하나는 1973년 불거진 1차 석유파동이었습니다. 이전까지 무궁무진하고 언제 어디서든 값싸게 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 석유가 무한한 자원, 국경 없는 자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여기에 1979년에는 미국 스리마일섬의 원자력발전소에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면서 석유나 원자력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이에 유럽은 1977년 유럽 공동연구로인 JET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간 JET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 그리스 등 유럽 14개국으로부터 선발된 650명의 과학자와 기술자, 행정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습니다.


'핵융합반응 실증 연구의 시대' 바로가기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292

 


1983년 첫 플라즈마 발생 후 찍은 JET 연구진. <사진 출처=EUROfusion>


JET의 건설을 앞두고 유럽 내에서 건설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알려진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전도유망한 핵융합 연구를 자국에서 진행했으면 하는 나라들이 JET 건설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영국과 독일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는데, 둘 다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 했죠. 그러던 중 엉뚱한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영국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1977년 10월 17일,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바더-마인호프 갱에 의해 독일의 루프트한자 비행기가 공중 납치를 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때 영국은 테러리스트를 기절시킬 수 있는 특수 최루탄을 제공하며, 영국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게 됩니다. 이로써 서로의 상호 이해에 도달해 마침내 JET를 영국의 컬햄에 건설하기로 유럽연합 연구장관 회의에서 결정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D-T 핵융합 반응 실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

 

JET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연구장치입니다. 주장치의 크기, 자기장의 세기, 플라즈마 전류, 가열 파워에서 모두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실제 JET는 처음 구상단계부터 핵융합 연구의 빠른 진보를 예상하고 유연하게 설계된 덕분에 현재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설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JET 장치 모습 <사진 출처=CCFE>


 JET는 여러 주체들에 의해 합작의 결과이며, 40개 이상의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내 기관 및 연구소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관련 국가와 기관이 유럽핵융합개발협약(EFDA, European Fusion Development Agreement)을 체결하면서 JET를 효율적이고 집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용 핵융합로 건설을 위해 JET와 그 계승자인 ITER, 그리고 DEMO로 불리는 핵융합로 실증장치까지 총 3개의 중요 장치를 건설하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 로드맵에 따라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JET는 당초 2020년까지만 운영이 계획되었는데 2025년까지 연장을 결정했습니다. 이 기간 ITER에서 사용할 핵융합 연료와 재처리 원격로봇 운전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JET에서 이루어진 실험과 설계 연구가 ITER 설계에 많은 부분 반영되어 있을 정도인데요. 사실상 ITER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너지 개발 책임지는 각국의 인공태양들' 바로가기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762

 

JET는 현재 운영 중인 장치 중 유일하게 미래의 상용 핵융합로에 사용될 연료인 중수소-삼중수소 혼합물로 운전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JET 장치의 핵심은 강한 자기장(4T)과 플라즈마 전류(5MA)에 의해 핵융합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는 진공용기입니다. 주 반경 3m, 부반경 0.9m에 부피 80㎥의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진공용기 바닥에는 열과 가스 배출을 제어할 수 있는 다이버터가 설치되어 있고요. 지속적인 장치 업그레이드를 통해 2011년 이후 진공용기 1차벽은 ITER 진공용기 재료와 동일한 베릴륨과 텅스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핵융합 극한환경에도 로봇이 필요하다?
https://fusionnow.nfri.re.kr/post/nuclear-fusion/957

 

특히 JET는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 반응 실험에 착수할 때부터 로봇 팔을 이용한 원격작업을 수행했는데요. 처음에는 단 2명으로 시작한 원격 유지보수 연구는 지난 2014년 ‘RACE’라 불리는 120명 규모의 별도 조직을 만들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JET에서 사용하는 원격조종로봇 ‘MASCOT’는 3개의 팔로 물건을 잡고 토카막 내벽에 붙이고 나사를 조이는 등 사람을 대신해 유지보수에 필요한 모든 일을 수행합니다. 사람이 컨트롤 룸에서 동작으로 로봇을 조종해 작업하는 방식인데요. 지금은 물건의 무게감이나 나사의 조임 정도를 운전하는 사람이 판단하게 되지만, 인공지능(AI)이 결합하면 이 모든 것을 사람의 피드백 없이 로봇 스스로 판단해 작업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JET에서 사용하는 원격조종로봇 MASCOT. <사진 출처=EUROfusion>

 


|“브렉시트에도 핵융합 공동연구는 변화 없다”

 

유럽연합은 JET 외에도 각국이 개별적으로 핵융합 장치를 건설해 실험을 진행해 왔습니다. 독일은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핵융합 연구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연구소의 ASDEX-U(Axially Symmetric Divertor Experiment-Upgrade) 토카막은 1990년부터 가동을 시작하였으며 1982년 세계 최초로 H-모드를 발견한 ASDEX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현재 다이버터 영역을 조절하여 핵융합 노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목표로 플라즈마 밀도와 플라즈마가 밀폐벽 용기에 미치는 부하 등을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상용핵융합로의 텅스텐 내벽재료 연구도 중요한 연구과제입니다.

 

ITER 건설에 결정적인 영향을 차지하고, 현재도 ITER 건설에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JET는 최근 뜻하지 않은 우려를 낳기도 했는데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방침을 밝히면서 JET를 통한 핵융합 공동연구, 공동실험 등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습니다. JET는 EU 집행이사회와 영국원자력청의 계약에 따라 컬햄핵융합연구센터(CCFE, Culham Centre for Fusion Energy)가 운영하고 있고요. EU의 모든 핵융합 관련 연구소들이 EUROfusion 컨소시엄을 구성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예정대로 브렉시트가 이루어진다면 JET를 통한 핵융합 공동연구와 실험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요. 다행히 CCFE는 설사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더라도 EU 공동의 핵융합 연구는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JET 제어실과 연구진들. <사진 출처=CCFE>

 


|KSTAR-JET 손잡고 핵융합 난제 해결

 

JET와 우리의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데요. 두 장치는 태양의 핵융합에너지를 지구상에서 구현하기 위해 7개국이 공동으로 모여 진행하고 있는 ITER 프로젝트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ITER 회원국인 한국과 EU는 지난 2019년 11월 핵융합에너지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 위한 한·EU 기술관리계획(TMP, Technology Management Plan)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ITER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난제 해결과 미래 전력생산 실증로 연구를 위한 본격적인 공동연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인데요.


특히 이번 협약에서는 ITER 장치의 안정적 운전을 위해 각국이 ITER 기구의 지원을 받아 추진 중인 ‘플라즈마의 순간적 붕괴로 인한 장치 손상 완화’ 연구를 최우선 협력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미세한 얼음 입자를 플라즈마에 고속으로 주입해 플라즈마 붕괴 시 나타나는 고에너지를 분산하고 장치 손상을 최소화하는 연구입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초전도토카막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와 EU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연구장치인 JET 간 상호 실험 데이터 공유와 상대국 장치를 활용한 공동실험 등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KSTAR와 JET에서 그동안 이룬 놀라운 성과가 현재 건설 중인 ITER로, 그리고 오는 2050년경 건설 예정인 DEMO(Demonstration Fusion Power Reactor)로 중단 없이 이어져 인류의 꿈인 무한 청정에너지로 가는 길에 더욱 가속도가 붙기를 기대합니다.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건설 현장. <사진 출처=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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