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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9

개방형 플랫폼에서 연구의 실마리를 풀다!

KFE   
https://fusionnow.kfe.re.kr/post/kstar/1410

[인터뷰] 핵융합공학연구본부 초전도자석연구팀 오동근 박사


오동근 박사의 캐리커져. 지난 6월 개최된 HTS Modeling 2022 학회에서 연구성과 발표 당시 발표자를 즉석에서 그림으로 그려주는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인디언 속담이라고 하는데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도 이 속담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복잡해지면서 연구개발(R&D)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의 난이도는 더욱 높아지고, 분야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소통과 협업이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개방형 플랫폼(Open platform) 등은 이제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죠. 특히 과학기술에서의 소통과 협업은 속도뿐 아니라 거리까지 좁히면서 과학적 난제 해결의 유력한 수단이 되고 있는데요. 속담이 이렇게 바뀌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빨리, 그리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고온초전도체 커뮤니티에서 아이디어 발굴 


핵융합에너지 연구는 에너지 문제 해결이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하여 무한·청정 핵융합에너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공동 연구 및 정보 공유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만 하더라도 인류 역사상 최대의 국제협력 프로젝트이고요. 


복잡하고 어렵기로 소문난 연구 분야인 만큼 그동안은 국가나 국책 연구기관, 대학교 등을 중심으로 정보 공유와 협력이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개방형 플랫폼을 비롯한 소규모의 연구자 그룹 등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도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유용한 연구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핵융합(연)의 한 연구자도 개방형 플랫폼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전산해석 방법을 개발하는 성과를 도출하기도 하였는데요. 그 주인공은 핵융합공학연구본부 초전도자석연구팀의 오동근 박사입니다. 


오 박사의 영감은 고온초전도체(High Temperature Superconductors) 연구자들의 커뮤니티 플랫폼(www.htsmodelling.com)에서 시작되었는데요. 해당 플랫폼에는 “이 페이지에는 수치모델의 공유 사례를 담고 있습니다. 파일을 자유롭게 내려받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관련 연구 사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누구든 자유롭게 들어와 기존에 발표되어 있는 연구를 위해 개발한 전산모형을 공개하여 자유롭게 내려받아 활용하라는 것이죠. 

오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팀 업무의 일환으로 고온초전도체에 연구 자료들을 찾아보던 중 2020년 11월쯤 고온초전도체 모델링(HTS Modeling) 커뮤니티를 처음 발견했어요. 그 중 고온초전도자석의 자기장 계산에 대한 연구가 눈길을 끌었는데, 이 계산을 제가 좀 더 개선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 연구에 적용해 논문을 작성해 전기전자학회(IEEE)에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다시 커뮤니티에 관련 자료를 같은 식으로 공유했어요.” 


고온초전도체모델링 커뮤니티. 다양한 정보들이 자유롭게 공유되고 있다.



핵융합에서 고온초전도체가 주목받는 이유 


고온초전도체 연구 분야는 과학기술계에서 말 그대로 매우 ‘핫’한 연구 분야입니다. 오랫동안 초전도 연구 분야에서 꿈꾸어 온 고온초전도체를 실제 장치에 본격적으로 사용 할 수 있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데요. 1987년 전혀 새로운 계통의 물질(희토류-바륨-구리 산화물)에서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높은 온도인 –196℃ 이상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것입니다. 그 후 이 고온초전도체를 활용한 획기적인 기술 발전을 많은 사람들은 기대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초전도 송전선의 경우 기존에는 비싸고 귀한 액체 헬륨을 냉각재로 써야 해 경제성이 매우 낮았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저렴한 액체 질소를 활용할 수 있어 실제로 몇몇 도시 간 전력망에 시험을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같은 액체 헬륨 조건이라도 기존의 초전도체가 도달할 수 없는 큰 자기장을 만들어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강력한 자석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온초전도체를 실제로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난제입니다. 이 물질은 금속이 아니라 세라믹에 가까운 성질을 나타내 잘 깨지고 전류전송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는데요. 지난 60년 동안 연구자들의 많은 노력으로 고온초전도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가느다란 선 형태로 가공하는 일반 초전도체와 달리 얇은 금속테이프에 고온초전도체로 코팅을 하는 방식입니다.


아쉽게도 이 방법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박막으로 초전도체가 코팅된 금속테이프를 쌓아 도선을 만들면 한편으로 전류가 몰리기 쉽고, 그러다 자기장이 높아지면 갈 곳이 없어져 제어가 어렵게 되죠. 그래서 돌돌 꼬아놓는데 그러면 기계적 성질이 나빠집니다. 수많은 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테이프 형태로 만든 고온초전도체는 상당히 가격이 비싸 직접 실험하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정밀한 전산모사를 통해 물리 모형을 이용하여 설계한 도선의 성능과 특성을 알아내고 분석 결과를 다시 설계안에 반영하는 일은 고온초전도체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과정이 되었습니다. 


논문에 게재 된 모델링 이미지



논문완성까지 1년…R&D 혁신의 개방형 플랫폼  


고온초전도체 플랫폼에서 오 박사가 주목한 연구는 고온초전도체에서 매우 작은 부위까지 자기장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방법이었는데요. 이 계산이 제대로 안되면 기껏 설계한 고온초전도 도선의 특성 파악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연구 주제에 대하여 독일의 한 연구자는 A-formulation이라고 불리는 자기벡터포텐셜을 이용하여 자기장을 계산한 방식을 소개해놓았는데요. 오 박사는 이 자료를 보고 좀 더 직접 자기장을 다루는 계산법인 H-formulation 방식을 활용하여 계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련 자료를 검색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가던 오 박사는 1991년도에 초전전도와 관련이 없는 철심을 대상으로 자기장 계산을 수행한 논문을 발견하고,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오 박사의 방식으로 변형을 거쳐 계산해야 할 공간과 손실되는 자기장을 고려한 새로운 계산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기존의 연구 방법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시 발전시켜나가는 연구 접근법을 시도하였는데요. 플랫폼에 다른 연구자들이 공개한 전산모형과 자료들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고, 덕분에 저의 연구도 더욱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얻고 논문으로 연구성과를 도출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합니다. 개방형 플랫폼이 R&D 사이클을 줄이고 혁신적인 성과 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죠. 


「An Alternative in H-Formulation to the Critical Current Model of HTS Conductors」라는 제목의 오 박사 논문은 지난 10월 전기전자학회(IEEE) 저널에 게재됐는데요. 고온초전도체(HTS) 설계에 고려해야 할 전류 전송 능력(임계전류) 산출을 위한 새로운 전산 해석방법을 개발한 성과로, 자기장 계산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취급할 수 밖에 없는 빈 공간(air volume)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외부 자기장의 효과를 고려한 모형개발이 수월하여 실제 초전도체의 작동환경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다룰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합니다. 이를 통해 고온초전도도체의 성능해석에 직접 활용하고, 효율적인 자기장-전류 모형의 연구개발에도 영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 성과를 발표 중인 오동근 박사 모습



새로운 시도가 만들어 낸 결실


오 박사는 말합니다. “기존 연구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있어서 연구를 더 진행하고 싶더라도, 그쪽의 도움을 받고 구체적인 내용을 얻어낼 수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있죠. 이제는 정규학회와 학술지에 연구성과를 발표할 뿐 아니라 많은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내용과 결과를, 심지어는 그 과정에서 개발한 계산법과 소프트웨어 자체를 공개자료로 올리고, 다른 연구자들은 이 자료를 통해 결과를 재연해 보게 합니다. 물론 다른 연구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성과를 공유해서 더 큰 발전이 가능하도록 열린 장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고 또 늘어날 겁니다. 핵융합처럼 어려운 분야, 인류 공통의 숙제를 풀어야 하는 R&D 분야에서 이런 개방형 플랫폼을 통한 협업이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서두에서 소개했던 인디언 속담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외나무가 되려면 혼자 서고, 숲이 되려면 함께 서라.” 오 박사의 바람도 이와 다르지 않은데요. 공유와 개방, 그리고 협업이라는 거름을 뿌린 기름진 땅 위에 핵융합에너지 실현이라는 거대한 숲이 실현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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