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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5

파편처럼 흩어진 핵융합 단서를 연결하는 남자

커뮤니케이션팀   
https://fusionnow.kfe.re.kr/post/kstar/1227

2020 KFE 신진연구자상 수상자, 강지성 박사의 연구이야기



“저의 목표는 KSTAR의 미션과도 같아요. 고성능 플라즈마의 장시간 구현이죠. 오랜 시간 세계 각국의 많은 연구자가 도전했고, 현재도 그 단서의 조각들을 찾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핵융합 연구의 해법이 집대성될 수 있도록 미약하지만,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하 핵융합연) 본관 3층에는 통합시뮬레이션연구부 시뮬레이션연구팀이 자리해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핵융합연 2020 신진연구자상 주인공 강지성 박사의 연구 무대입니다. 강 박사의 주된 연구주제는 향후 핵융합 발전을 하기 위해 꼭 풀어야 할 핵심 주제 중 한가지인 ‘플라즈마 수송과 고속이온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인데요. 2018년 KSTAR 실험을 통해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2020년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신진연구자상은 박사학위 취득 5년 이내, 그리고 핵융합연 입소 3년 이내의 신진연구자가 발표한 논문 중 IF(피인용지수)값이 가장 높은 논문의 저자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연구자의 초심과 열정이 빛나는 시기에 받을 수 있는 상인만큼 수상자에게 그 의미가 남다른데요. 강 박사는 비록 마스크로 얼굴의 반은 가렸지만 2021년 1월, 새해를 맞는 첫 마음처럼 두 눈 가득 빛나는 연구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2020년 KFE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한 시뮬레이션연구팀 강지성 박사




2008년 첫 플라즈마 발생한 KSTAR와 함께 키운 핵융합연구자의 꿈 


“저의 연구미션은 크게 세 가지인데요. 이번 논문의 주제인 고속이온 물리 연구와 함께 향후 건설하게 될 핵융합 실증로 설계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어떤 물리현상을 규명하려면 KSTAR의 데이터를 슈퍼컴퓨터에 적용하기 위한 데이터 표준화가 필요한데요. KSTAR의 실험 데이터와 슈퍼컴퓨터를 연결하는 일종의 통역사 역할을 하는 것도 주요 미션 중 하나입니다. 


강 박사가 맡은 연구는 통합시뮬레이션연구부와 다른 연구부서의 연구 결과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와도 같습니다. 2017년 4월 핵융합연의 일원이 된 후 자신의 연구주제 외에도 핵융합연 내 다양한 실험과 장치 소식에도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까닭이죠. 


강 박사와 핵융합연의 인연은 입사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8년은 KSTAR가 최초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하며 우리나라 핵융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해인데요. 학부 졸업논문 작성을 위해 핵융합연을 방문한 청년 물리학도는 KSTAR를 보며 핵융합연구자의 길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고민하고 있던 대학원 진학도 핵융합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선택했습니다. 대학원 시절에는 국가과제인 ‘핵융합 실증로 개념 설계’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실증로(K-DEMO)의 핵심장치인 토카막 노심의 크기와 출력, 효율을 계산하고, 운전 시나리오 수립에 일조했습니다. 핵융합 실증로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핵융합연에 입소한 뒤에도 자연스럽게 실증로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그렇다면 대학원에서 진행한 연구와 지금의 연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큰 틀에서 실증로 설계라는 미션은 같아 보이지만 대학원 때는 제가 맡은 ‘노심 설계’만 보았다면, 지금은 실증로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 전체의 그림을 보며 연구를 진행합니다. 또 핵융합연에는 물리뿐 아니라 원자력, 장치, 컴퓨터, 재료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하기 때문에 시너지가 상당하다는 것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그는 핵융합연 입사 후 연구자로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마음가짐도 다르고요. 일례로 KSTAR의 고성능 플라즈마 20초 운전이란 미션을 진행하면서도 그 결과를 실증로에 적용할 수 있는 연결점을 찾기 위해 더 종합적으로 사고한다고 합니다. 이상 강 박사가 핵융합연구자가 되기까지 배경을 먼저 살폈는데요. 이제 본격적인 논문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Nuclear Fusion지에 발표된 강지성 박사의 연구논문



플라즈마 안정성과 고속이온의 상관관계 규명


강 박사에게 신진연구자상의 영예를 안겨준 논문은 2020년 지에 발표한 ‘Role of fast-ion transport manipulating safety factor profile in KSTAR early diverting discharges’입니다. 고속이온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온 그는 2018년 KSTAR 실험을 통해 고속이온이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안정성의 척도를 나타내는 ‘안전인자’(safety factor profile)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고온의 플라즈마가 안정적으로 도넛 모양을 유지하도록 떠받치는 기둥(조건)은 여러 개입니다. 이들 기둥 가운데 하나만 무너져도 플라즈마의 상태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안전인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KSTAR 실험 데이터를 통해 살펴본 결과 고속이온이 플라즈마 ‘안전인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플라즈마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고속이온의 수송이 활발해지면, 즉 이온들이 자기장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하면 플라즈마의 안전인자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고속이온이 핵융합 반응에 부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강 박사는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핵융합 플라즈마는 궁극적으로 더이상 외부 가열장치를 이용해 플라즈마를 가열하지 않아도, 핵융합 반응 에너지에 의해 자체적으로 가열이 일어나는 ‘자기가열’ 상태에 도달해야 하는데요. 고속이온이 플라즈마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면 자기가열 상태에 도달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속이온의 연구가 매우 중요합니다.” 


향후 실증로에서는 KSTAR와 같은 실험로보다 더 많은 고속이온이 생성될 전망이기에 관련 현상을 KSTAR에서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연구의 특이성은 ‘안전인자’를 도출하는 방식에도 있습니다. KSTAR에는 플라즈마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각종 진단장치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안전인자’는 한 가지의 진단장치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수치가 아닙니다. KSTAR에 연결된 모든 진단장치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야 도출할 수 있는 것으로 KSTAR의 최신 진단기술이 모두 집약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가 강박사의 논문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플라즈마 한 샷당 수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실험 데이터가 강지성 박사의 손을 거쳐 그림 한 장으로 응축된다.




고속이온은 전 세계 공통의 관심, KSTAR로 유의미한 결실 도출


관련 주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핵융합 커뮤니티에서도 관심이 큽니다. 이번 연구는 강 박사와 KSTAR연구본부의 김정희 박사가 함께 진행했는데요. 두 연구자는 ITER 국제기구에 속해있는 연구자들의 연구모임인 ITPA(ITPA:International Tokamak Physics Activity)의 고속이온분과(Energetic Particle Phys.)에서도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속이온이 플라즈마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해마다 공동연구 토픽을 결정하고, 각국의 연구자들이 자국의 장치로 실험을 진행하여 내용을 공유합니다. 


“KSTAR의 장치적 특징이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존 핵융합 장치들은 고속이온이 발생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데이터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초전도자석을 사용하는 KSTAR는 고성능 플라즈마의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해 고속이온 관련 현상을 꾸준히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과 함께 소통하다 보면 연구 과정에서 벽에 부딪힐 때 유용한 정보를 얻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힌트를 얻는 돌파구가 되기도 합니다. 

 

“국제 공동연구는 연구문화도, 환경도, 장치특성도 서로 다른 연구자들이 함께하기에 어려움도 있지만, 함께 소통하며 핵융합의 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ITPA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접하는 소식과 아이디어는 더 큰 동기부여도 되고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행복한 연구자입니다.”


2018년 시작된 강 박사의 고속이온 연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동안에는 플라즈마가 불안정할 때 발생하는 빠른 대역의 주파수와 고속이온과의 관계성을 살펴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느린 대역의 주파수와 고속이온과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안전인자를 통해 도출해 볼 예정입니다. 


2019년 봄 ITPA 고속이온분과 회원들이 핀란드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모임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장치와 데이터, 연구자와 연구자를 잇는 연결고리 되고파


강지성 박사가 생각하는 핵융합 연구의 매력은 연구 호흡이 길다는 점입니다. 그의 연구는 물리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KSTAR 실험에 참여하며 보다 종합적인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핵융합 물리현상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전산모사를 통한 예측이 다른 분야에 비해 어려운 데요. 그럼에도 자신이 예측하고 설계한 방향으로 실험이 진행되면 보람이 큽니다. 때론 예상과 반대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새로운 현상을 밝히는 도전의 여정이 즐겁고 보람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핵융합연구자의 길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요청하자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유인즉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처럼 연구성과를 즉시 일상에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고등학생 때 인문계열과 이과계열을 고민하는 것과 비슷해요. 호흡이 긴 연구가 적성에 맞을 수도, 반대로 반도체 산업처럼 즉각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연구가 적성에 맞을 수도 있어요.  핵융합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과 자신의 성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로를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핵융합 연구는 단기간에 결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열정을 일으키는 효과적인 방법은 조각조각 파편처럼 진행되는 핵융합 연구 각 분야의 역할과 관계를 파악하고 본인이 담당하는 연구가 향후 핵융합 실증을 준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명히 자각하는 것이란 설명과 함께 말이죠.


핵융합연구자로서 그가 궁극적으로 도전하는 목표는 무엇일까요? 그의 미션 중 하나인 ‘연결’일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데이터에 생명을 부여하며 유의미한 결과를 창출하는 연결고리, 그것이 바로 강 박사가 꿈꾸는 핵융합에너지의 미래로 가는 열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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