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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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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7

“한국을 배우자” 핵융합 연구에서도 주목받는 한국 기술

커뮤니케이션팀   
https://fusionnow.kfe.re.kr/post/iter/1107

ITER 진공용기 섹터 최초 완성의 주역 ‘진공용기기술팀

 

“한국을 배우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비상이 걸린 각국 정상과 언론은 이렇게 입을 모았습니다. 실시간 감염경로 추적과 진단, 철저한 방역과 투명한 정보 공개, 여기에 수준 높은 시민의식으로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한국식 방역 시스템, 이른바 ‘K 방역’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아가던 지난 4월 20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는 한국의 과학기술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진공용기 최초 섹터 완성 기념식’이었는데요. 코로나19의 여파로 당초 계획보다 축소해 열린 작은 행사였지만, 그 의미만큼은 어떤 행사보다 컸습니다. ITER 진공용기 개발의 주역인 ITER 한국사업단의 진공용기기술팀을 만나 진공용기 최초 섹터 완성의 의미와 개발 과정을 되짚어봅니다.

 

ITER 진공용기 최초 섹터 완성의 주역인 ITER 한국사업단 진공용기기술팀.ITER 진공용기 최초 섹터 완성의 주역인 ITER 한국사업단 진공용기기술팀.

 

 

|1억℃ 인공태양 담는 첫 진공용기 우리 손으로

 

“정말 만들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처음 만들어 보는 물건을 처음 개발한 기술로, 요구되는 일정 내에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김현수 팀장을 비롯해 박수현, 하민수, 박철규, 문호규, 김유경, 주영명, 주정권, 강석근, 정영진, 서연호, 한주연 연구원 중 출장과 울산 현장사무실 근무로 인터뷰를 참석하지 못한 팀원을 제외하고 한자리에 모인 ITER한국사업단 진공용기기술팀은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실제로 완성할 수 있을지 의심했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구자와 개발자조차 성공을 의심했다면, 개발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죠. 도대체 ITER 진공용기가 어떤 ‘물건’이기에 개발을 완성하고도 이렇게 혀를 내두를까요?

 

진공용기(Vacuum Vessel)는 핵융합로 가장 안쪽에 위치하면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진공 환경을 구현하는 그릇 역할을 합니다. 이와 함께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차폐하는 1차 방호벽 역할을 하죠. 여기에 블랑켓, 다이버터 등 핵융합로 주요 내벽 부품을 정밀하게 고정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런 진공용기는 3차원의 복잡한 형상을 갖는 특수 스테인리스강 소재의 이중격벽 구조물로 제작되는데요. 완벽한 진공 상태를 구현해야 하는 만큼 난이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엄격한 품질관리를 요구합니다.

 

실제 제작과정에서 총 1㎞에 달하는 60㎜ 두께의 특수 스테인리스강을 용접하게 되는데요. 이때 수많은 내벽 부품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조립할 수 있도록 수 ㎜ 이하의 공차를 유지해야 하죠. 정밀한 성형과 용접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제작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정밀도와 함께 ITER 장치의 진공용기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총 조립 과정을 거쳐 최종 완성되면 높이 13.8m에 무게만 무려 5,000t을 넘는 초대형 구조물입니다. 그래서 한 번에 만들지 못하고 9개의 섹터로 나눠 제작합니다. 한국과 유럽 등이 나눠서 개발을 맡았는데 9개 섹터 중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6번 섹터가 최초로 제작된 것입니다. 섹터 하나도 높이 11.3m, 폭 6.6m, 무게 400t에 달하죠.

 

제작 중인 진공용기 섹터 

ITER 진공용기의 모습 

제작 중인 진공용기 섹터(위)와 ITER 진공용기

 

 

|“할 수 있다” 독려하면서도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크고 정밀한 장치를 최초로 개발해야 한다는 임무가 연구진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마침내 완성해냈다는 자부심도 교차합니다. 김현수 팀장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팀장으로서 ‘우리는 할 수 있다며 이제 다 왔다.’고 팀원들을 독려했지만, ‘정말 가능할까’라는 걱정이 공존했어요. 게다가 우리가 맡은 섹터가 진공용기 9개 섹터 가운데 최초라 우리가 지연되면 ITER 사업의 모든 공정이 지연되는 만큼 부담감도 엄청났지요. 첫 번째 섹터를 완성했지만, ITER 건설지인 프랑스 카다라쉬까지 험난한 운송 과정이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20척 정도밖에 없는 특수선을 이용하는데 파도나 혹시 모를 태풍에도 안전하도록 운송 프레임을 제작했습니다. 200t에 달하는 운송 프레임과 400t 무게의 진공용기 사이의 간격을 40㎜로 균일하게 유지하며 조립하는 게 남아 있는 주요 잔여 공정이지요.”

 

자부심과 부담감이 교차한 것은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철규 연구원도 CAD 모델만 보고, 이렇게 크고 복잡한 형상의 진공용기를 과연 만들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이렇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2011년에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왔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는 용접 방법, 이렇게 복잡한 구조물에 프랑스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파괴 검사방식까지 정말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고요. 실제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면서 ‘예상과 다르지 않구나, 정말 어렵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2019년부터 눈앞에 현실로 구현되면서 그때야 비로소 ‘가능하겠구나, 우리가 처음으로 완성해서 납품하겠구나’라고 실감하기 시작했어요.”

 

진공용기 제작과정이 궁금하다면?

5천톤 인공태양을 레고처럼?

 

한국 개발진이 이처럼 9개의 진공용기 섹터 가운데 첫 번째 섹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기술력과 함께 누구보다 개발 의지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김현수 팀장은 “ITER 국제기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진공용기 9개 섹터의 진도율을 면밀하게 체크했는데 한국의 진도율이 유럽보다 빨랐다”라며 “결국 처음에는 우리가 2개 섹터만 조달을 책임지고 있었는데 EU가 맡고 있던 2개 섹터가 추가로 우리에게 넘어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철규 연구원도 “우리가 진공용기를 처음 조달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는데 그 바탕에는 어떤 일을 맡게 되면 밤낮없이 달려들어 해결하고,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빨리 대안을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도 한몫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진공용기는 조립 시 정밀한 공차를 유지해야 한다. (섹터 6 최종 조립을 위한 셋팅 장면)진공용기는 조립 시 정밀한 공차를 유지해야 한다. (섹터 6 최종 조립을 위한 셋팅 장면)

 

 

 
|설계·용접·조립·검사까지 전 과정이 첫 도전


설계부터 용접과 조립까지 진공용기의 첫 번째 섹터를 완성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설계를 하면 실제 공정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때마다 제작이 가능하도록 설계 변경을 해야 했죠. 소재의 특성과 성형·용접 방법까지 사전에 고려해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공정 과정에서는 복잡하고 난해한 진공용기의 곡률을 구현하는 게 난제였습니다. 성형 판재 하나가 3~4m에 달했는데, 이런 판재를 성형해서 2㎜ 이내의 공차를 유지하는 것은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죠.

 

김유경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진공용기는 여러 기능이 있고 그래서 진공용기 내부에 설치되는 품목이 많아요. 예를 들어 이중격벽 안에는 인도에서 제작을 책임지고 보내온 850개의 격벽차폐체도 설치해야 하고, 지지하는 구조물도 많습니다. 부품이나 구성품 하나만 잘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부품, 다른 부위와도 잘 맞아야 하죠. 어떤 부품의 설계가 변경되면 우리도 이에 맞게 구조적·기능적으로 설계를 변경해야 합니다. 또 인터페이스 부분은 용접으로 서로 붙이게 되는데 열을 가하면 변형이 올 수도 있어요. 특히, 진공용기 제작에 사용된 특수 스테인리스강은 용접 변형이 더 크게 발생하는 특성이 있을 뿐 아니라 전체 용접 길이가 1㎞ 정도 되는데 품목마다 할당된 공차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진공용기 전체 조립 과정에서 다른 섹터와도 정확히 맞아야 하는 만큼 더 정밀한 공정이 필요합니다. 정영진 연구원은 공차 관리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진공용기는 우리가 4개 섹터, 유럽이 5개 섹터를 만드는데 나중에 서로 조립했을 때 정확히 맞아야 하죠. 우리가 먼저 제작하는 만큼 조금만 벗어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공차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데 공차 관리의 난이도는 그야말로 상상 이상입니다.”

 

진공용기 섹터 6 최종 조립 장면(높은 위치에서의 작업을 위해 설치된 3층 높이의 작업대 모습) 진공용기 섹터 6 최종 조립 장면(높은 위치에서의 작업을 위해 설치된 3층 높이의 작업대 모습)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부담감·자긍심 교차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나도 한숨 돌릴 여유가 없습니다. 더 어려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바로 품질 검증입니다. 특히, 핵융합로 제작에 적용할 법령과 코드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 프랑스 카다라쉬에 ITER를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기존의 원자력 관련 법령 등을 적용하여 ITER 진공용기를 프랑스 원자력 압력용기로 분류하여 설계와 제작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와 전혀 다른 구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로와 동일한 수준의 품질관리를 제작·적용해야만 했죠. 이것이 10년 동안 제작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완성된 섹터 6 관련 설계와 제작만을 위해서도 약 500개의 주요 문서와 1만 개 이상의 제작공정에 대한 ITER 국제기구와 프랑스 원자력 규제기관의 검사와 승인을 받은 후 후속 공정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특수 스테인리스강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소재가 아니라 신규 용접을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요. 용접 기술사양서부터 달랐습니다. 프랑스 기준에 맞는 품질 검증기술이 필요했고, 주요 용접부를 완벽하게 검사할 수 있는 비파괴 검사기술, 여기에 새로운 검사장까지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힘든 과정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하나씩 실제로 눈앞에 구현되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한 단계씩 성공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의 짜릿한 기쁨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문호규 연구원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라는 ITER 사업의 존재를 대학원 때 처음 알았는데 이렇게 ITER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라며 “우리의 기술도 뛰어나지만, 우리에게 아직 부족한 분석 기술을 유럽 기술진에게 배우는 등 감사한 마음으로,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김유경 연구원은 핵융합에너지가 상용화되는 미래를 상상하면 자긍심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핵융합이 상용화되면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상상을 해요. 가는 길이 험난하지만, 그 길에 저의 족적을 하나씩 남기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서연호 연구원도 오랫동안 관련 분야에서 일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석유화학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 압력용기 개발과 제작에 많이 참여했어요. 보통 1년 반 정도면 설계부터 제작, 납품까지 완료합니다. 그런데 ITER 진공용기는 10년이 걸렸어요. 도대체 이게 어떤 물건이기에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었는데 직접 제작에 참여해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ITER 진공용기 섹터는 매 단계별로 엄격한 검증을 요구한다 (섹터 6 내벽 부품 조립 후 레이져 측정기술을 이용한 정밀 위치 측정 장면).ITER 진공용기 섹터는 매 단계별로 엄격한 검증을 요구한다 (섹터 6 내벽 부품 조립 후 레이져 측정기술을 이용한 정밀 위치 측정 장면).

 

 

|“한국을 배우자” 전 세계에 ‘K fusion’ 확산

 

진공용기 섹터 완성 기념식’이 열리기 보름 전인 4월 5일 일요일 밤 10시. 이틀 전부터 진행한 누설 시험이 최종 마무리되었습니다. 5,000여만 원 상당의 고순도 헬륨이 투입된 이 마지막 테스트 결과는 이상 무(無)! 당초 ITER 국제기구 담당자들도 참석해 직접 확인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오지 못했죠. 대신 베르나 비고 ITER 사무총장은 기념식에서 이런 영상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수많은 난제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진공용기 섹터 6번을 완성한 것은 한국과 글로벌 진공용기팀의 협력이 이루어낸 진정한 승리입니다. ITER 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는 한국의 산학연 관계자와 한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ITER 진공용기 최초 섹터 제작 성공을 축하하는 기념식 개최!

그 날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https://m.blog.naver.com/nfripr/221922972394

 

먼 길을 왔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가 한국을 대표해 ITER 국제기구와 진공용기 섹터 조달 약정을 체결한 게 지난 2008년 11월이었습니다. 계약 체결 약 12년 만에 첫 열매를 맺은 건데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김현수 팀장은 ITER 완공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가 만든 진공용기 섹터는 프랑스 카다라쉬의 ITER 건설 현장이 아니라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기술력뿐 아니라 그만큼 혼과 열정이 담겼다는 의미입니다. 진공용기 섹터 운송부터 나머지 섹터 완성까지 만전을 기해 한국의 기술력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입증할 수 있도록 저희 진공용기기술팀 12명 모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방역으로 전 세계에 한국의 위상과 ‘K 방역’의 우수성을 높이고 있듯, ITER 장치와 부품의 성공적인 개발과 납품으로 한국의 과학기술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K fusion(핵융합)’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물론 전 세계 핵융합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회자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배우자!”

 

 ITER 한국사업단 진공용기기술팀. 

ITER 한국사업단 진공용기기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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